‘엄빠’ 면허증으로 빌리고, 여럿 올라타 달리고… 안전 손 놓은 채 막 가는 킥보드 [연중기획-안전이 생명이다]
청소년들 학원 이동 때 이용 수두룩
비용 아끼려 2명 이상 같이 탑승도
대여 과정 인증 절차 자체 유명무실
인터넷 떠도는 면허증 몰래 쓰기도
음주 운행 심각… 단속 강화 목소리 커
“오 있다!”
지난 14일 오후 3시쯤 하교 시간의 세종시 한 중학교 앞. 수업을 마친 남학생이 쏜살같이 공용자전거 거치대로 내달렸다. 학생이 익숙한 손길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전동킥보드를 빌리자 옆에 있던 친구가 기다렸다는 듯 뒤에 올라타 아슬아슬한 주행을 시작하려는 순간 불러세웠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김모(15)군은 전동킥보드를 타는 이유에 대해 “학원에 가야 하는데 버스를 타면 돌아가고 정류장도 멀다. 전동킥보드가 제일 편하다”고 말했다. 몇달 전 전동킥보드를 타다 넘어져 생긴 상처가 아직 정강이에 선명히 남아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사설 대여 전동킥보드만 23만2784대(한국퍼스널모빌리티협회 지난해 9월 기준)에 달한다. 김군 사례는 라이더들이 23만여대의 전동킥보드를 타며 저지르고 있는 무법운전의 전형을 보여준다.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를 의미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는 만16세 이상, 제2종 원동기장치 이상의 운전면허증 보유자만 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15세인 김군은 무면허 운전에 해당한다. 자전거도로 통행이 원칙이어서 보도(인도)에서 타는 행위도 불법이다. 안전모(헬멧)를 쓰지 않은 것도 관련 조항 위반이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급증하자 2021년 5월 관련 조항이 강화된 현재의 규정이 마련됐으나 준수하는 운전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 한 주간 지켜본 서울과 세종의 인도는 라이더와 보행자의 안전을 동시에 위협하는 전동킥보드의 무법지대였다. 대부분 시민 사이를 뚫고 인도를 질주했으며 안전모를 쓴 운전자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특히 세종에선 한눈에 봐도 앳돼 보이는 청소년 이용이 많았다. 두 명 혹은 세 명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질주하거나 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는 위험천만한 모습도 있다.
이는 전동킥보드 대여업체의 운전면허증 인증절차가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오모(17)군은 “부모님 운전면허증을 등록하는 친구도 있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운전면허증을 다운받아 등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세종에서 많이 이용하는 업체의 앱을 다운받아 운전면허증 등록순서에서 ‘넘어가기’를 누르자 “운전면허가 등록되지 않아 최대속도 17㎞/h로 제한됩니다”란 알림이 떴다. 최대속도만 시속 25㎞에서 시속 17㎞로 줄었을 뿐 운전면허증이 없어도 대여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안전불감증은 인명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국토교통부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 건수는 2017년 117건에서 2021년 1735건으로 약 15배 늘었다. 사망자도 2018년 4명, 2019년 8명, 2020년 1명, 2021년 19명, 2022년 26명으로 급증했다. 음주 킥보드 문제도 심각하다. 번화가나 대학가에서는 음주 후 전동킥보드를 타고 귀가하는 사람이 많다. 술을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탈 경우 방향감각 등이 흐려져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직장인 이모(44)씨는 2021년 10월 술을 마신 뒤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넘어져 갈비뼈에 금이 가는 사고가 났다. 이씨는 “도로에 팬 부분이 있었는데 술을 안 마셨다면 피했을 수 있지만 술을 마셨더니 감각이 떨어져 못 피하고 그대로 넘어졌다”며 “안전모도 쓰지 않은 상태여서 하마터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서울=김유나·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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